삼월 중순
꽃샘추위에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겠구나 싶었는데 낙동강 철길 옆 매화나무에 손톱만한 하얀 꽃이 달렸다.
매화가 핀 것이다.
바쁜 일상 중에 언제쯤 봄이 올까 기다리고 있었던 차라,
꽃샘추위속에 피어난 매화는 기다리던 친구처럼 반갑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낙동강 철길 옆에는 늙은 고목의 매화나무가 줄지어 심겨져있다
그런데 도로를 확장하며 잘라버렸는지, 어느 무식한 놈이 전지했는지 모르지만 (그 귀한) 고목의 매화나무를 몸통만 남기고 줄기와 가지를 몽땅 잘라버려 볼품없이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 글쎄 이놈이 부산의 봄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지 뭐냐
지난 겨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매향을 기다리며”라고 글을 쓴 적이 있다.
혹한을 이기고 봄.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를 보면, 매화는 '꽃'이라기보다 곧 ‘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화원 가득한 잘 자란 매화보다, 동양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늙고 상처받은 몸에서 겨우 피워내는 매화가 더 멋있고 더 의미 있다.
비록 줄기와 가지는 뭉~텅 뭉텅 잘려나가 버렸지만, 그 잘려나감을 면한 잔가지에서, 추운 겨울을 이기고 생명으로 꽃을 피우는 매화를 보면 의지, 인내, 기개, 지조, 절개, 고귀함, 순결함이 느껴지고 경외감마저 든다.
때가 되어 피니 매화가 아니다.
매화는 늘 정신으로 피고,
그 매화가 피기까지 거기엔 추운겨울을 함께 해준 세한삼우(歲寒三友; 梅,竹,松)가 있었다.
나보다 먼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나도 그에게, 그도 나에게 세한삼우다.
봄이다
토독 토독 꽃망울 터지는 소리
사각 사각 냉이 캐는 소리
찰박 찰박 낙동강 졸며 부딪히는 소리
나무에 귀를 대면 버들강아지 물오르는 소리
3월 중순 낙동강은 봄이 오는 소리로 시끄럽고
포삭한 대지엔 비릿한 연둣빛 움들의 꼼지락거림으로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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