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가도 된다니...)
여행 2일차
휴대폰 소리에 잠을 깬다, 새벽5시다.
어젯밤 잠을 설치다 겨우 잠들었는데 ... 아 ~ 좀 더 자고 싶다.
대충 머리를 감고 2층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뭐야?” 좁은 레스토랑 입구 복도 가득 대기 줄이 두 줄이다. 레스토랑 좌석이 적고 그 시간대에 손님이 몰려서 대기 줄이 생긴 것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4명자리를 안내 받았다.
식당은 크기는 작지만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괜찮아 2접시는 먹게된다.
모닝 커피가 맛있다. 커피는 식사 후 한잔 마시고, 나중에 차에서 마시려고 한잔 더 테이크아웃 한다.
이 호텔에서는 레스토랑의 빵과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 가도 된단다. 진짜? 이런 곳은 처음 본다. 멋지다.
(교토 청수사와 아라시야마 치쿠린으로)
호텔 밖으로 나가 버스를 기다린다. 하나둘 친구들이 내려오고, 골초들은 길거리 한곳에 모여 시원하게 모닝 니코틴을 보충한다. 지금은 금연했지만 나도 한땐 눈만 뜨면 머리맡의 담배를 찾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종용의 너 : 너 때문에 술 마시고 너 때문에 담배피고... 나도 고2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ㅎㅎ)
08:35 버스에 오르며 기사님께 “오하요고자이마스” 아침 인사를 건네니 운전기사도 답례 인사를 한다. 외국에 가서는 그 나라 언어로 먼저 인사를 하면 기사님도 기분 좋고 그날 여행도 웃으며 할 수 있다.
오늘은 1,000년 이상 일본의 황궁이 있었던 불교문화도시 교토 청수사와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인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 개인주의 일본이 한류에 빠지다)
교토로 가는 고가도로 옆 울창한 숲속에 오사카성이 보인다. 저긴 내일 갈 코스다.
차안에서 가이드가 일본에 고층건물과 돌출 입간판 이 적은 이유가 지진 등 재난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판기에 동전이든 지폐든 돈을 넣고 상품버튼 한 번을 누르면 바로 잔돈이 나와 버리는 이유가 ”내 것은 내가 사먹는다“는 철저한 개인주의의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에서 단무지 하나도 서비스로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단다.
그리고 K-드라마, K-POP등 한류열풍으로 일본에도 한국의 인기가 대단하단다. 겨울연가 주인공인 욘사마(배용준)를 만나러 영화촬영지에 단체관광을 오는 등 일본여자들은 잘 생긴 남자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모양이다.
한국남자들은 순종적인 일본 여자를 좋아하는 반면, 일본여자는 한국 남자가 잘생겨서 좋아한다고 한다. 일본에는 잘생긴 남자가 적은지 하물며 도쿄 신오쿠보 한인 타운 근처 거리를 ‘이케멘 토오리(잘생긴 남자거리)라고 이름 지었을까? ㅎㅎ
최근 일본 여고생의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3위가 유튜버, 2위가 한국아이돌, 1위가 한국인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가이드의 말의 신빙성은 차치하고) 2.3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1위가 한국인이 되는 것이라는 응답에 고개를 갸우뚱 해 보지만 어쨌든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증이라 기분은 좋다. 이제 우리는 세계 어느 곳에 가서라도 자랑스럽게 한국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고 뿌듯한 건 사실이다.
오늘은 버스좌석을 바꾸어 앉으며 다른 친구들과도 깊은 대화도 나누어본다. 추억, 건강, 자녀, 노후이야기, 우리나이에 생각과 걱정은 모두가 비슷한 모양이다.
관광시즌이라서 그런지 교토로 가는 길 역시 체증이 심하다, 교토가 불교문화의 고도(古都)라서 그런지 가는 연도에 큰 건물은 없고 집들도 회색으로 칠한 2층 주택들이라 단조롭다.
토목인이라서 그런지 어제도 느꼈지만 일본엔 고가화 된 도로가 많아 보인다.
(나는 일본의 사쿠라 정신이나 사무라이 정신이 일본 건축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별도로 포스팅해 올릴 예정이다)
(청수사(淸水寺) : 여기도 인산인해)
10:05 교토 청수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와 천개의 기둥이 있는 후시미 이나리 진자, 일본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골목길을 걷는 코스다.
2곳의 철길을 건너 청수사로 향한다. 전문가 이야기를 들으니 하나는 표준궤고 하나는 협궤라 한다. 이곳 역시 유명관광지인지라 입구에서 부터 거의 밀려서 가야될 정도로 관광객들로 붐빈다. 인산인해다.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일본감성의 점포들이 이어져 있고, 타코야키, 삼겹살 철판구이꼬치, 딸기를 얹은 케이크, 맥반석위에 굽는 떡과 반 건조 오징어 구이, 각종 먹거리들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깃발을 급히 따라가야 하는 단체관광의 특성상 사먹을 여유도 없고, 후일 여행기를 남기기 위해 스냅으로 우리 일행과 풍경들을 담아둔다. 가는 길에 한국 사찰의 일주문에 해당하는 새가 사는 곳이라는 뜻의 ‘도리이(鳥居)’ 몇 개를 만난다. 붉은 색의 도리이도 있고, 돌로 된 도리이도 있다.
신을 만나러 가는 곳에는 도리이가 세워져 있다.
청수사(키요미즈데라)다. 청수사는 778년(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절이다.
청수사에 들어서면 붉은색 도리이 너머 높은 누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산주노토(三層塔)라고 하는 높이가 31m나 되는 삼층탑이 보인다. 일본에서 제일 높은 탑이라하는데 탑이 아니라 오히려 건물같다. 단청도 하지 않고 기둥과 서까래는 붉은 단색으로만 칠해져 있다. 벽면에는 벽화도 없이 흰색만 칠해져 있어 뭔가 빈 느낌이고 엄숙하거나 고즈넉한 맛도 없다. 오히려 일본 신사(진자)가 더 엄숙하고 숙연해지는 느낌이 있다.
3층탑은 다보탑을 닮은 듯했으나 몸통은 작고 지붕은 넓어 가분수 꼴이고 1,2,3층 모두 같은 크기로 올라가 조형미나 아기자기함 등 건축미는 보이지 않는다. 원수친구가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을 닮았다고 한다. 또 하나 11층 석탑은 석가탑을 닮았는데 이것 역시 석가탑 만큼 균형감이나 안정감이 없다.
청수사 경내에는 신사(神社)도 같이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일본에서는 절 안에 신사가 있고, 신사 안에 절이 있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신사 누각에서는 곧 가야금을 연주하려는지 하얀 옷을 입은 연주자 3명이 가야금과 북 앞에 서있다.
(우리는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 같은 만남, 영화 같은 만남을 상상한다)
그것을 배경으로 한 중년의 여성이 셀카를 찍고 있다. 혼자인 것 같아 일단 말이라도 걸어봐야겠다 싶어 ‘사진을 찍어주겠다’ 했더니 선뜻 카메라를 넘겨주고 포즈도 여러 각도로 취해준다. 그리고는 나도 찍으라며 내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여행지에서의 우연 같은 만남을 기대하며 ㅎㅎ...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대만에서 왔단다. 간단한 중국어로 몇 마디 말을 나누고는 아쉬운 이별?을 한다. 일본인이고, 혼자 여행을 왔으면 명함이라도 주고 차라도 한잔 하자 했을 텐데 아쉽다.
우리 모두는 낯선 여행지에서 늘 우연 같은 만남, 영화 같은 만남을 상상한다.
청수사 본관으로 들어간다. 우선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목조건물에 검은빛을 띠는 원목 그대로의 사찰 건물이다. 단청이 낡은 것이 아니라 원래 단청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교토시내가 훤히 내려다보고 빨간 단풍위에 살포시 앉은 듯한 웅장하고 거대한 청수사 규모가 놀랍다.
(신을 만나러 가는 곳에는 항상 도리이가 세워져 있다)
이제 천본조거(千本鳥居)를 보러간다, 굳이 풀이를 하자면 '천 마리의 새가 머무는 곳'이라고 할까? 천개의 도리이(일주문)가 산 위까지 죽 이어져있다. 자세히 보니 도리이마다 봉납한 사람이나 회사의 이름이 적혀있다. 우리가 사찰을 신축할 때 불사를 하듯이 이 많은 도리이들 모두 기업체 등에서 봉납(헌물)한 것이라 하니 일본인들의 신심은 대단하다.
실제 시내에 있는 신사에는 남녀 직장인들이 아침 출근하는 길에 신사에 들러 기도하고 가는 사람이 많다.
단풍 숲길을 지나 절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저멀리 청수사 본 건물이 보인다. 가까이서 볼 수 없었던 청수사의 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위용이 정말 대단하고 교토시내를 안고 단풍속에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 전체가 하나의 풍경이다. 이런것을 장관이라 하던가?
가을의 청수사는 붉다. 천개의 도리이가 붉고, 탑이 붉고, 사찰 건물이 붉고, 단풍마저 붉게 불탄다. 청수사는 봄 벚꽃이 유명한곳이기도 하지만 가을엔 단풍도 곱다고 한다. 선곤이가 백양사 애기단풍이 이렇다고 하고 민열이는 한국에서 못 본 단풍 여기에서 본다고 들떠있다.
단풍숲길을 걸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데 한줄기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산에 붙여 지은 석조건물 서까래 같은 곳에서 세개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다. 지혜, 연애, 장수를 의미하는 영험의 물이라는데, 두가지만 담아 마셔야지 세가지를 다 마시면 불운이 온단다. 과유불급이요 욕심이 화를 부른다. 갈길 바쁜 여행객은 눈으로만 물을 담는다.
절 아래 예쁜 연못근처에 모여 청수사와 단풍을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을 담는다. 친구들 모두 이런 게 진짜 여행이라고 공감하며 집결지로 내려간다. 올라 올때 다 보지 못한 청수사 입구 일본 전통가옥들도 찬찬히 보고 기념품가게에도 들러본다. 청수사가 멋진 관광지는 맞는데 정신이 없다. 어마어마한 관광객에 질리고, 시간에 쫓기고, 하지만 기모노까지 빌려 입은 다른 관광객들의 표정은 마냥 즐거운 것 같다.
집결지로 가기위해 철길 너머 큰길까지 왔는데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중년여성 4분이 황급하게 묻는다. "가이드가 절 입구 어디에서 모이라고 하는데 거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며 발을 동동 구른다. 팀과 떨어져 따로 구경하다 길을 잃고 이곳까지 와버렸는가 보다. 그래서 단체여행에서는 구경은 못해도 가이드 깃발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여행기록에 쓰기위해, 시간과 행적을 남기기 위해 사진들을 추가로 찍어둔다.
13:00 오늘 점심은 청수사 입구 상가건물 2층 청수암에서 덴뿌라, 소바, 우동, 밑간을 한 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가이드가 식당을 예약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는데 오늘 관광객을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일본음식은 거의 비슷비슷한 것 같다. 원래 소바가 퍼석하긴 하지만 오늘 소바 역시 퍼석하다.
면도 사랑도 쫄깃한 것이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니 바람이 불고 찬기가 묻어있다. 패딩을 입은 친구는 “거 봐라”했을 것이고, 얇지만 후드달린 사파리 입고 온 것은 나는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다.
(치쿠린(竹林) 왕대나무 숲으로)
14:10 이젠 아라시야마 치쿠린 대나무 숲으로 출발한다.
토목과 출신답게 차안에서 보이는 교량이야기, 매립이야기엔 모두들 귀가 쫑긋하고, 아파트(맨션)건물 외부 베란다가 없는 이유가 화재들에 대비하기 위함이라 하는데 한국 같으면 오히려 방범을 걱정했을 것 같다.
걷느라 피곤하고 점심때 짱박아간 생명수?를 곁들인 탓인지 절반은 잠들었다.
15:00 아라시야마(嵐山)에 도착했다. 그리 깊지 않은 하천에 ‘달이 다리를 건넌다’는 도월교가 보이고, 우리는 도월교 반대쪽 왕대나무 숲 치쿠린으로 간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이는걸 보니 우리처럼?? 수학여행을 온 모양이다.
관광지 마을이라 기념품점과 소바 가게도 많다. 도로에서는 인력거가 손님을 태우고 있다. 대나무 숲 입구에 들어서자 여기도 사람들로 길이 비좁다. 신을 찾아가는 길에는 도리이가 있다더니 여기 검은색 나무 도리이가 있는 걸보니 근처에 신사가 있는 모양이다. 왕대 숲 산책길로 인력거를 끄는 쿠루마히끼(인력거꾼)가 고함을 치며 관광객을 뚫고 먼저 지나간다.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神, 나는 딱히 기원할게 없다. 운명에 맡긴다)
노노미야진자(野宮神社), 여기에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신이 있다고 해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기원문을 적어 벽에 걸어두었다. 상현이는 카메라 즉시 번역기로 기원문들을 읽어본다. 나는 딱히 기원할게 없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 진인사대천명, 열심히 살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치구린(竹林), 왕대나무 숲, 과연 두손으로 잡아야 될 듯 큰 대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쭉쭉 뻣은 모습이 장관이다.
울산에도 십리대숲이 있지만 이곳의 왕대보다는 굵기가 좀 작지 않을까 싶다.
대나무 숲 사이로 기차가 지나간다. '철고 출신인데 그냥 지나칠 수 가 없지'.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기꺼이 철길 위를 걸어본다.
호젓이 쭉쭉 뻗은 대나무 숲에서 매끈한 대나무를 만지며 사색도 하고 정기도 받아오고 싶은데 관광객이 너무 많다.
철길너머 또 신사가 있고 호젓한 시골마을도 있다는데 .... 왕대나무 숲속에서 ' 나 왔다감' 사진 몇장 박고는 내려온다.
일찍 내려온 친구는 천룡사에 들렀다는데 나는 가지 못했다.
(다음엔 급류타기와 토롯코 열차 여행을 기약하며)
만약 개인적으로 이곳 교토 아라시야마에 여행을 온다면 호즈강 급류타기(가와쿠다리)도 꼭 해보길 바란다. (오래 전에 와 봤는데) 두세 명의 뱃사공과 함께 나룻배로 16km 구간의 급류타기와 뱃놀이는 스릴이 넘치고, 계곡 주변의 풍경 또한 기가 막히다. 특히 계곡 옆 절벽 같은 틈새로 예쁜 토롯코 열차가 달리고 계곡을 가로지른 아치 교량위에 역이 있는 모습도 정말 장관이다. 난 다음에 오사카 올 때는 테마를 기차여행으로 하여 토롯코 열차도 꼭 타볼 작정이다
4:00 집결하여 다시 오사카로 향한다. 1:30분정도 걸린다는데 차가 밀려 6:40분 오사카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은 카이세키(會席) 요리다. 손님 접대를 위해 예절을 갖춘 일본식 정찬요리로 1즙3채, 2즙5채, 2즙7채, 3즙11채 등 국물이 있는 즙과 반찬으로 구성되는데 오늘 요리는 2즙 5채나 7채쯤 되는 것 같다. 시내 음식점이라 규모도 크고 깨끗하다. 정원수회장의 건배사에 생명수를 더하니 여행 온 맛이 난다.
( 여행은 편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몸으로 부딪히며 체험하는 것이다 )
19:53분 식사를 마치고 20:30 호텔에 도착했다.
나는 역마살에 방랑끼까지 있어 한곳에 가만히 붙어있질 못한다. 묶어두면 자유를 그리워하는 짐승처럼 나가고 싶어 울부짖는다. 이런 끼를 어찌할 수는 없는거고 그래서 정년 후엔 국내든 해외든 떠돌아 다니며 여행작가가 되어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오사카의 밤을 즐겨보자. 멋진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그 지역 밤 문화를 느껴보고 즐겨도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여행은 편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몸으로 부딪히며 체험하는 것이다. (나의 북큐슈 기차여행기에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다)
숙소에서 도톤보리까지는 걸어가도 될 거리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눈대중으로 방향을 정하고 그길로 가다보면 나온다.
'길은 본래 부터 나 있는것이 아니다. 가면 그게 길이되는 것이다.'
일본은 치안이 좋아 골목길을 걸어도 크게 무섭지가 않다. 나는 혼자 여행을 갈때도 골목길 걷는것을 좋아한다. 골목길엔 여행지의 속살이 있다. 구경삼아 큰 길과 골목길을 걸어가니 어느새 도톤보리다. 사람들은 여전히 북적거리고, 밤의 도톰보리는 저녁 무렵의 풍경과는 또 차이가 있다. 우선 흥청거린다. 술집들이 문을 열고 호객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로변에도 야외테이블이 차려졌다. 휘황찬란한 분위기속에 위험하지 않고, 바가지 쓰지 않고, 적당히 가볍게 한잔할 집을 찾아본다.
(무제한 술 제공 노미호다이)
아는 집도 없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목에 술집 안내판을 걸고 호객하는 아가씨의 안내를 받아 ‘노미호다이’로 간다. “노미호다이, 90분, 1,500엔 (어떤 곳은 60분 2000엔 등)”, 이 돈을 내면 90분간 술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곳이라 가보고 싶었고 내가 찾고자 한 곳이다. “노미호다이”는 일본만의 특유한 음주문화로 1시간, 1시간 30분 등 정해진 시간 내에, 고정 요금으로, 정해진 주류나 음료 메뉴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마음껏 마셔도 지불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저렴하게 술을 즐길 수 있어 일본 직장인들이 퇴근 후나 회식, 친목모임, 환영회 때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젊고 예쁜 아가씨가 호객하고 있어 혹 바가지를 쓸까봐 “아가씨는 필요 없다” 했더니 안내하던 호객 아가씨는 노미호다이 앞에서 돌아간다. 나중에 알아보니 호객아가씨들이 손님을 따라 들어오면 아가씨에게는 1,000엔 짜리 맥주 1병 또는 술 한 잔 사주면 된다고 한다.... 같이 가자 할 걸 ... 일본 술 문화도 모르고 짧은 일본말로 그런 것들을 다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 도리 없지 뭐.
막상 들어가니 선술집 같기도 한게 룸싸롱 처럼 바가지 씌울 곳은 아닌것 같고, 테이블 몇 곳에 남녀 단체 손님도 있는 것으로 보아 안전한것도 같다. 정해진 시간 내 술은 무제한이되 단, 안주는 1인 1안주는 시켜야 한단다. 안주 하나에 우리나라 돈으로 5,000원 정도니 그리 가격에 부담은 없다.
좋아 마음껏 마셔보자. 사케 맥주 등 첫 번째, 두 번째 주문한 술은 금방 나왔는데, 세 번째 부터는 영 서빙속도가 늦다. 뭐야? 주문이 밀려서 인가? 시간을 소비하기 위한 전략인가? 이런 곳은 시간이 생명이다. 90분이 되는 종료 시간을 “몇시 몇분까지입니다”라고 1분 단위까지 일러준다. 정확함을 넘어 무섭다.
시간이 다 되어 계산을 하고나서 “먹던 술은 먹고 가면 안 되느냐” 하니 “안 된다”고 한다. 역시 일본은 칼 같다. 어쨌든 오늘 새로운 경험을 했고 노미호다이의 영업형태를 알았으니 다음엔 혼자 와서 먹고 가도 되겠다.
멋진 하루, 즐겁고 알찬 여행이었ㄷ.
호텔로 돌아와 오사카 두번째 밤을 맞이한다.
( 다음 포스팅에 오사카 졸업여행 (4)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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