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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시모노세키 이자카야(居酒屋) 여행 1

뚜벅뚜벅 인생여행 (자유 여행기)

by 유초선생 2026. 3. 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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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대기중인 시모노세키행 부관페리호

나는 매년 두 번 정도 테마를 정해 혼자 일본여행을 갔다 온다. '혼자 떠나는 북큐슈 기차여행', '혼자 떠나는 시모노세키 초밥여행' 등이 그것이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여행기도 적어 올린다.
지난 1월하순 대마도에 갔다오려고 배편을 예약해 두었는데 풍랑으로 선박운항이 중지되어 가지 못했는데, 대신 이번에 시모노세키로 가버리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테마가 없다.

부산에서 일본으로 여행가는 것은, 거짓말 좀 보태자면 마실가는 것만큼이나 쉽다. 
부산-후쿠오카 간 카멜리아호, 부산-시모노세키 간 부관페리가 운행한다. 
금요일 퇴근 후 저녁 6시 반쯤 승선하면 모두 아침 8시에 도착하고, 내에서 먹고, 마시고, 목욕하고 푹 자고 일어나면 현지에 도착하니, 어떻게 보면 '비싸지 않는 크루즈 여행'이다.  

귀국하는 배편도 후쿠오카 하카타 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12:30분 출항하면 당일 18:30분쯤 부산도착하고, 시모노세키 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저녁 6:30분 승선, 다음날 아침 8시 부산에 도착하니, 일요일 밤배를 타면 월요일 아침에 도착 후 바로 출근이 가능하다.  

선박 요금도 쿠팡이나 여행사를 통해 구매하면 서울 KTX요금과 비슷하고, 호텔도 조식포함 6~8만 원선이면 되니 일본은 부산 사는 월급쟁이가 주말을 이용해 부담 없이 갔다 오기 딱 좋은 곳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이 테마여행, 블로그에 올릴 글감을 얻기 위한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아무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그냥 떠나라’고 마음의 부추김에 떠밀려 가는 것이고, 가서 일본 친구들 만나 이자카야에서 술 한 잔 하고 오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으니 그것도 테마라면 테마다. 일본 여행은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고, 여권과 지갑만 챙겨 배낭하나 매고 툭 갔다 오면 된다. 

몸이 가벼워야 오래 여행 할 수 있다.

부산항 야경

2026.3.20.

오후 5시 반 30분, 회사에서 여행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30분 일찍 퇴근해서 여행길에 나선다. 
6시쯤 되면 부산역과 부산국제터미널 편의점에는 도시락이 다 팔리고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는 길에 부산역 앞 편의점에서 미리 도시락을 준비했다. 선내에서 판매하는 식사를 해도 되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도시락으로 가볍게 저녁식사를 하고, 선내 자판기에서 맥주 한 두캔 뽑아 먹는 것 또한 여행의 맛이다. 

부산역에서 부산국제터미널까지 연결된 브리지를 건너 도착하니 5시 50분. 
쿠팡에서 예약한 부관페리 승선권을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건네받고, 1일 3,300원짜리로 2일, 6,600원에 로밍신청을 했다. 다 아는 길이고, 카톡 정도 하면 되어서 굳이 비싼 로밍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다. 

18:10분 승선수속 후 부관페리에 오른다. 일부 승객들은 미리 앞줄에 서서 빨리 승선하려고 하는데 빨리 승선해 공용 홀의 테이블을 잡기 위해서다. 공용 홀 테이블은 5-6명이 둘러 앉아 먹고 마시고 이야기 하는 자리인데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 하지만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TV앞 의자나 창틀에 앉아서 먹어도 되니 굳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여행시즌이라서 인지 주말 카멜리아나 부관페리는 거의 만석이다. 
통닭, 회, 족발, 라면, 맥주, 소주, 맥주, 컵라면...에 이르기까지, 선박여행의 요령을 알아서 인지 모두 먹을 것을 푸짐하게 준비해 왔다. 그래 이런 것이 바로 추억이고 여행의 재미다. 

여행은 모두를 설레게 한다. 아이들도 설레고, 연인들도 설레고, 단체여행을 온 나이든 아낙들은 소녀가 된다.


승선 후 2등실 개인 침실에 배낭을 두고 선창으로 나간다. 
부산항의 야경이 보석처럼 빛난다. 오늘은 이전에 없던 크루즈선까지 입항해 부산의 야경을 더 럭셔리하게 만든다.
오늘은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가 주인공이다.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이 멋진 야경,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벅참이 끓어오르고 부산에 여행 온 외국인들, 특히 일본인들이 감탄해 할 걸 생각하니 괜히 뿌듯해진다. 

꽃샘추위의 끝자락이라 밤엔 좀 쌀쌀한데 준비해간 중간정도 두께의 패딩이 몸에 착 감긴다. 
포근함 속에 느끼는 행복감, 여행하길 잘 했고, 그런 나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홀에 들어와 커플이 앉은 테이블에 합석을 허락받고 도시락을 먹었다. 전자렌지에 데운 따뜻한 도시락이 생각보다 맛있다. 거기다 삿포로 맥주 한캔, 이만하면 만찬이다. 
식사 후 다시 선창으로 나간다. 
밤이 깊어갈수록 부산항의 야경은 더 선명하게 빛나고, 내 영혼도 더 맑게 반짝인다.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좋다. 먹는 것, 가는 곳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좋고, 가벼워서 좋다. 나의 여행 동반자는 나 자신이다. 여행하면서 나를 만나고 나와 대화한다. 
부산항을 밀어낸 배가 바다가운데로 향할 때, 캡슐룸 같은 객실로 돌아와 작은 실내등을 켜고 책을 폈다. 밤배를 타고 갈 때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는 책 한권은 필요하다. 그리고 실내에서 편하게 입고 돌아다니고 잠옷을 대신할 트레이닝복과 슬리퍼는 꼭 챙겨가는 것이 좋다.   

선박 내에서는 시간이 빨리 흐르지 않는다. 볼 것도 없고 시간도 아깝지 않다.
이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잊어버린 번호열쇠 비밀번호 찾기에 도전한다.   
착, 착, 착 .... 배낭을 잠글 3단위 번호열쇠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000부터 999까지 돌려보기로 한 것이다. 000, 001, 002 .... 468에서 마침내 열쇠가 열렸다. 쓸데없는 시간낭비 인지 모르지만 그리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고 도전과 성취의 뿌듯함도 있다.  
 
어글리 코리언, 단체 여행을 온 사람들이 다인실 룸에서 문을 열어놓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떠든다. 카멜리아나 부관페리 여행시 항상 있는 풍경이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얌전한 사람도 개차반이 된다’더니 혼자 있으면 말도 못하는 사람들도 단체라는 이름으로 모이면 예의도 상식도 없어진다. 10시가 넘어도 이 단체팀의 소음이 끊이질 않아 화장실에 가면서 문 안쪽을 들여다보고는 쉿! 하는 사인을 보내고 내가 문을 닫아버렸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느꼈을 것이다 .  

좁고 불편한 1인용 침실이지만 요람 같은 배의 흔들림에 아늑함을 느끼며 피곤한 육신은 이내 잠이 들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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