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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슈 기차여행기(2차-7편) : 구마모토의 밤

뚜벅뚜벅 인생여행 (자유 여행기)

by 유초선생 2025. 6. 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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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트램; 조명에 빛나는 레일이 멋을 도시의 정취를 더한다
구마모토역 내 요카몬시장

분고타케타에서 환승열차를 놓치는 바람에 2시간이나 늦은 7시 넘어 구마모토에 도착했다. 
구마모토역 안에는 히고(肥後)요카몬시장이 붙어 있다. 쇼핑센터 겸 식당가다. 토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손님들이 북적인다.
지금 숙소로 가서 체크인하고 다시 나와 저녁을 먹으려면 늦을 것 같아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일본의 식당가, 특히 쇼핑센터 내의 식당가에 가면 우선 시각적인 것이 구미를 당긴다.
벽이 없이 오픈된 공간에 쳐진 노렌은 분위기를 돋구고, 깨끗한 주방에서 맛있게 조리하고 음식을 내놓는 모습, 테이블석과 카운터석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이 집도 들어가고 싶고 저집도 들어가고 싶고,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어진다. 

"응?"  ..  '수간도야'라는 상호의 말고기(바니쿠)집이 보인다. 
구마모토는 말고기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는 맛볼 수 없는 음식이다. 그래서 구마모토에 여행가면 말고기요리는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몇 군데 검색도 해 두었는데, 마침 식사 때도 됐고 여기서 먹어보기로 했다.

 

나는 혼자라서 카운터석에 앉았다. 옆 좌석에 손님도 혼자 말고기육회(바사시,馬刺し)에 식사를 하고 있다. 곁눈질로 보고는 메뉴판에 비슷한 모양의 바사시 5종 모듬세트를 시켰다. 2,590엔,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다. 
주문한 바사시가 정갈스럽게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색깔이 너무 곱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다. 부위별로 2~3점씩 열한두 점이 전부다. 좀 큰 걸 시킬걸 그랬다.  

먼저 기름 있는 부위 한 점을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더니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뭐야? 말고기가 이렇게 맛있었단 말인가”  다른 부위는 또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다. 우리나라 소고기 육회(육사시미)는 텁텁한데 말고기는 깔끔하고 고소한 맛이 다르다. 부위별로 한 점 한 점 맛을 음미하는 사이 금방 사라지고 없다. "밥은 안 나오느냐"고 했더니 밥이 포함된 메뉴를 시켜야 한단다. 

바로 옆집 이자카야에도 말고기메뉴가 있어 그 집으로 가보기로 한다. 말고기 사시미 하나와 고등어회 무침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오토오시(お通し)로 생 양배추 썬 것과 뭐로 만들었는지 시커먼 당면 같은 것이 한 숟갈 정도 나온다. 아무 맛도 없다. 
주문한 말고기 사시미가 나오는데 붉은 살 부분 5점뿐이고 크기도 작고 식감도 앞집보다 못하다. 가격이 어째 싸다 했는데 싼 게 아니었다. 고마사바(깻잎위에 얹은 양념을 뿌린 고등어 회) 역시 별로다. 계산서에 보니 오토오시로 396엔에 세금도 별도라 뭔가 속은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난생처음 말고기도 먹어봤고, 숙소에서 먹을 간식거리도 몇 개 사서 노면전차인 트램을 탄다. 
구마모토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트램은 2개 노선이 있고, 구마모토역, 번화가, 고쿠라성, 스이젠지 등 유명 관광지와 도심을 지나기 때문에 버스보다 편리하다. 요금은 시내버스처럼 구간별 다른 요금을 적용하지 않고 어디서 타고 내려도 1회 승차에 180엔으로 동일하고 후불이다. 1일 승차권이 500엔이지만 내일은 3코스만 탈 것 같아 그냥 현금 승차하기로 했다

노면전차 트램

저녁 8시가 지났는데도 트램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다. 도로 가운데 깔린 레일이 도시의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도시의 풍경을 더한다. 오늘 기관사는 여승무원이다. 하나바타쵸에서 많이 내리는 걸 보니 여기가 핫스팟인가 보다. 

나는 다음역인 시청 앞(구마모토성) 정류소에서 내렸다. 예약한 그린호텔을 찾아가는데 인터넷 구글맵이 안되어 지도를 보고 찾아가려니 영 헷갈린다. 정차중인 택시기사에게 물었더니 두 블록정도 더 가라고 한다. 두 블록을 지났는데도 또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고개를 들고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1층 건물 벽에 붙은 ‘구마모토 그린 호텔’이라는 상호가 보인다. 건물위쪽은 잘 보이지 않고, 호텔 건물입구 벽에 간판을 붙여놨으니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체크인을 하고 올라가니 생각보다 깨끗하고 괜찮다. 
이제 구마모토의 밤거리를 구경하러 나간다. 
호텔 앞 좁은 도로에 젊은이들의 북적이고 온갖 술집과 식당 등 간판들이 화려하다. 다시 길을 헷갈리지 않게 주변의 지형지물과 상가들을 꼼꼼히 확인해 둔다. 큰길에서 호텔로 접어들어야 할 코너엔 ‘야키니쿠 귀족’이라는 노미호다이가 있다. (참고로, 노미호다이(飲み放題)는 일정금액을 내고 들어가면 일정시간(30분, 1시간, 1시간 반등)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는 곳이고, 타베호다이(食べ放題)는 음식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노미호다이에 들어가도 안주는 시켜야하며 술도 정해진 술 이외는 별도다) 
조금 전 트램에서 내릴 때 하나바타쵸에 내렸으면 큰길 바로 뒷 블록에 호텔이 있었는데 한 정류장을 더 가서 내렸고, 더 올라가 거꾸로 6블록 정도를 되돌아 와야했으니 헷갈릴 수 밖에 없었다. 

여행 온 타지에서의 한잔하는 것도 여행의 또다른 재미다. 일단 포장마차촌이라 불리는 ‘야타이무라’에 가보기로 한다. 트램으로는  시청 다음인 도리초스지역 길 건너편에 있다. 
야타이무라 입구 왼쪽 벽면에는 사케 술통이 진열되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붉은 초롱(아카쵸-칭 赤提灯, 주점 앞에 걸어두는 붉은색 등)이 잔뜩 걸려있다. 

야타이무라 안으로 들어서니 환한 신세계가 펼쳐진다. 붉고 노란 불빛 가운데 한 가닥의 골목길을 중심으로 좌우에 20개의 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가게의 크기는 서너 평이나 될까 말까 작지만, 가게마다 손님이 가득하고, 점포밖에도 테이블을 놓아 포장마차 분위기가 물씬 났다. 
말고기를 파는 바사시, 야키니쿠, 철판요리, 초밥 집 등이 있고, 다양한 요리와 생맥주, 하이볼등으로 가게안의 사람들 모두 기분이 업되어 주말 밤을 즐기고 있다.   

나도 엉덩이를 걸치고 기분좋게 한잔하고 싶은데, 혼자이기도 하고 어제 무리를 한 탓에 오늘은 구경만 하고 나온다. 후쿠오카 나카스 강가에는 진짜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지만 오히려 이곳이 요리도 다양하고 더 낭만적인 것 같다. 다음엔 구마모토에 꼭 한잔하러 와야겠다. 

시모토오리 아케이드


길을 건너 시모토오리 아케이드를 걸어 간다. 유리지붕으로 덮은 아케이드는 화려하고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시모도오리 아케이드에서 선로드 신시가이 아케이드는 무려 12개 골목에 걸쳐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길고, 지도를 보니 전차역 4개 구간이다. 아케이드와 연결돤 골목 골목도 술집들과 상가, 사람들로 가득한 걸 보니 여기가 젊은이들이 모이는 핫스팟이 맞는가 보다. 

이곳에도 역시 중국 또는 대만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동남아, 일본, 만리장성, 알프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인관광객을 만나듯이 요즘에는 어디를 가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선물용 과자를 사려고 할인잡화점 돈키호테에 들어간다. 큰 매장안엔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고객들이 꽈 차있고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은 과자와 물건들을 큰 바구니에 가득 구입한다. 나는 교회 아이들에게 선물할 쵸콜렛 등 과자류와 소화제, 파스 등 의약품 몇개만 샀다. 예전에 일본에 여행을 갈때는 일제 디지털카메라, 골프용품, 옷같은 것도 샀지만 지금은 한국제품이 더 좋고, 일제라도 일본에서 사나 한국에서 사나 가격 차이도 없어 굳이 일본에서 살 필요가 없다.   

 

붕어빵집이 보인다. 나는 붕어빵같은 이런 길거리 음식을 좋아해 점심을 가끔 붕어빵으로 때울때도 있다. 여기는 붕어빵이 아니라 큰 도미빵이다. 1개 300엔, 앙금으로 팥, 감자, 크림이 들었는데 팥이 든  도미빵은 꼬리까지 팥 앙금이 들어있고, 바삭하고 촉촉하고 부드럽다. '취한다 돼지’라는 한국어 간판을 단 술집, ‘술은 사랑의 진통제’라는 노렌(가게 입구에 늘어트린 천)을 걸어둔 술집도 있다. 낮선 곳의 가게, 다양한 술집, 실내 인테리어, 이름이 멋진 상호나 광고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호텔로 돌아오는 골목 이곳저곳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잡았지만, 어제 무리한 탓에 아쉽지만 오늘 저녁 한잔은 참는다. 
길을 잃지 않으려 상호까지 주변 가게까지 확인해 두었는데도 아케이드가 길고 10개 넘는 골목이 비슷비슷해 또 헷갈린다.
또 묻는 수밖에 ... 길에 서 있는 젊은 사람에게 물으니 친절하게도 구글을 검색해서 나와 같이 걸어가면서 길을 안내해준다.   
일본어 지도를 가지고 왔으면 현지인들이 현재위치와 목적지를 바로 알려 줄텐데, 한국어로 된 지도를 가지고 물으니 '그린호텔'이라고 해도 '구린 호테루'라고 발음하는 등, 발음상의 문제로 몇번을 다시 검색하는 것 같았다.

팁 !! 짧은 기간 해외여행을 할때는 유심칩 보다는 로밍을 해가는 것이 좋고, 혼자 여행을 갈때는 일본어 지도도 같이 챙겨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구마모토의 밤은 멋있다. 
다음엔 친구들과 같이 오고싶다. 말고기 육회도 먹고, 야타이무라에서 꼭 한잔 하고 싶다.  

내일은 아침일찍 구마모토성과 스이젠지 정원을 구경하고, 오후에 다시 시모노세키로 돌아가 밤배로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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