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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며 ...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3. 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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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있다. 
빨간색 표지에 ‘세이노의 가르침'과 세로 작은 글씨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고 만 쓰여진 별로 폼 나지 않는 책이다.

세이노(say no)는 필명으로 얼굴 없는 작가다. 1955년 생으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사기로 전 재산을 날리고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고교시절부터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세이노는 영어공부에 몰두하고,  판자집에서 벌레처럼 살며 밤낮없이 보따리 장사, 과외, 번역, 의류업 등의 일을 해서 자산을 모았다. 그리고 그 자산을 외환투자.부동산경매.주식으로 증대시켜 천억 원대의 자산을 이루었고, 지금은 사업을 줄이고 독서.영화.음악감상을 즐기며 산다고 한다. 

이 책을 쓴 동기는 2000년 동아일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잡지 등에 기고한 글이 독자들의 입맛에 맞았는지 누가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카페를 만들었고, (자기를 알아주는) 그 회원들에게 모른척하기 뭐해서 글을 올렸다. 이 책은 지난 20년 가까이 신문, 잡지, 카페에 올리거나 써 놓았던 원고 조각들을 정리한 것이라 한다. 

이 책은 차원 높은 인문학적 철학이 담긴 책이 아니라, 세이노가 살아오면서 노력하고 경험하고 깨달은 것을 전하는 인생성공 실전교과서다.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노력’하여, ‘경쟁에서 떳떳하게 살아남기’다. 

미사여구를 동원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놈(년), x, xx 등도 나오는 거친 표현도 많다. 아예 욕 얻어먹을 각오하고 쓴 글이라 더 공감이 가고 신빙성이 느껴진다.
간단하다 “꿈 깨라, 나는 이렇더라. 너도 할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이다. 
어쩌면 도도하고 건방지고 무례하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만약 당신이 지금도 가난한 상태에 있다면) 아직 꿈에서 못 깨어나지 못하고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세이노는 능력자고 한편 괴짜다. 
출판사의 간곡한? 권유로 책을 출판하면서도 상업적으로 팔리는 것을 반대해 736페이지 달하는 두꺼운 책을 작가는 평생 인세를 받지 않는 대신 책값을 제본비, 배송비 정도인 7,200원에 판매하기로 하고 출간했단다.

(결과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작가와 출판사도 돈을 벌 수 있었겠지만) 세이노는 책을 팔아 이익을 남기려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경제와 인생철학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고, 출판사 역시 이 귀한 글을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출판하다 보니 책에 사진하나 그래픽하나 없이 텍스트만 가득하다.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 책값과 표지만으로 책을 판단할게 아니라 그 내용을 보고 책을 판단해야 한다. 
세이노는 자신감이 넘치고 거침없다.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념, 철학이 있어서 일것이다. 그리고 다방면에 실제 전문가 같다. 그러니 남이 욕을 하든 말든 내 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말이 거슬리면 책을 읽지 말고 중고로 팔아버리든가,
세이노의 가르침이 맞다 싶으면 권유하는 대로 해보던가,
아니면 본인의 살고 싶은대로 살든가는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니 직설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올까?
이 책에서 인용한 책들만 봐도 백권은 넘을 것 같다. 결국 소설, 인문, 철학, 경제 등 다양한 장르의 많은 독서를 통해서 이런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이 축적되었고, 가난, 실패, 도전, 학습, 노력을 통해서 결국 성공까지 이루다 보니 삶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인생철학과 방식, 믿음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은퇴를 앞둔 나에게도 이 책은 경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고 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늘 밑줄을 긋는다. 이 책이 두껍고 밑줄 그은 부분이 많다 보니 다 적을 수 는 없지만 마음에 꽂힌 내용 몇을 적어보면)
- 허황된 꿈에서 깨어나라. 지금 부자가 아니라면 똥 폼 잡지 말라.
- 덜 놀고, 덜 자고, 덜 쓰고 근근이 살아가면서, 일단 돈을 모아라, 그러면 돈이 쌓이게 된다.
-쉽게 돈 벌려 하지 말라.  피와 땀과 눈물과 시간 없이 무엇을 얻겠다고 하는가?.
-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당신의 손과 눈과 의지와 정신으로 인생의 방향을 잡아라. 
- 당신의 삶이 분노할 대상임에도 분노하지 않으면 당신의 뇌는 이미 썩어버린 것이다.  세상에 분노하지 말고, 지금의 삶에 say no! 하면서 당신 스스로에게 분노하라. 
- 왜 공부를 안 하는가? 무지함의 뿌리는 게으름이다. 스트레스 푼다고 빈 맥주병 쌓지 말고 책을 읽고 방법론을 찾아내라.
- 길거리 지식(street knowledge)이라고 부르는 총체적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 홍익인간?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있네. 공평하지 않은 게 인생이다. 
- 특히 부동산에 대해 많이 배워두라, 생명보험도 들어두라. 당신이 갑자기 죽으면 가족은 정말 살기 힘들어 진다 
- 평등? 인권이 평등하다는 것이지 몸값이 평등하다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몸값이 오른다. 
- 부자아빠 젊어서 은퇴하기? 진짜 부자들은 70,80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일에서 손을 완전히 놓지 않는 사람들이 부자들이다. 
- 지금 젊어서 노력하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

책의 주된 내용은 부자되기, 후회없는 인생 살기지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해하기, 일을 대하는 자세,  세상 살아가는 지혜 등 삶의 전반에 대한 조언들이 담겨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살아가면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지만 한편 돈도 건강만큼이나 중요하다. 내가 무소유의 삶을 살고자 하지 않는다면, 돈이 없으면 삶은 괴로워진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 젊은이들은 혹 이 책의 말들이 꼰대처럼 들리지 모르겠지만)
인생을 살아보면 안다. 이 말들이 다 뼈가되고 살이 되는 말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편으로 책을 읽는 동안 생존경쟁의 전장에 내던져진 것 같은 느낌, 혹은 나 자신 냉혹한 경제적 동물이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적게 먹고 가는 똥 싸면 되지'라며 무소유나 미니멀라이프 주의자(말만 그런지 모르지만)가 아니고 그래도 경제적으로 좀 여유롭게 살려면 젊어서 부터 이런 경제관념을 가지고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결국 젊어서부터 공부하고, 실력을 배양하고, 노력하고, 자기 관리.노후준비에 철저를 기하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성공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현명한 사람이다. (우리 주위엔 헛똑똑이가 많다)
내가 좀 젊었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 인생도 좀 나아질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도 나 역시 세이노와 같은 생각과 방식으로 살아왔기에 그다지 허투루 산 인생은 아닌 것 같다.

(고백하자면 난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20대를 술 등으로 의미없이 살았다. 난 이 시기를 내 인생의 공백기라고 이야기한다. 만약에 이 시기에 이책을 읽었거나 멘토가 이끌어 주었다면 내 인생도 많이 달라졌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그래서 경제적 안정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삶,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지금 내 자식들에게 읽어보게 하고 싶다. 
(지금은 절반 정도 읽었다. 이런 경제인식을 머릿속에 늘 새기기 위해 난 이 책을 한꺼번에 읽지 않고, 매일 아침 조금씩 읽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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