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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절반, 새로운 다짐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5. 6. 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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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명대교 야경, 비치는 것이 내 모습이다.

유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시작했는데, 다이어리를 적다보니 어느새 반년이 흘렀네요. 
2024를 2025로 바꾸어 쓸때 낯설게 느껴지던 것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흘렀다니... 세월이 빠른건지, 내가 꾸물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반년은 가버렸고, 지금쯤 새해에 세운 계획도 절반은 이루어져야 하는데, 작심삼일이고 말았는지 .올해의 다짐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생각이 안납니다. ㅎㅎ 
늘 새해의 다짐은 적어두는 곳이 있어 다이어리 첫 장을 여니 ‘더 맑게, 더 밝게, 더 깊게’라고 써져 있고, 그 밑에 '버킷리스트 실천, 외국어 업그레이드'라고 써져 있네요.
내용을 보니 거창한게 아니라, 나를 좀 더 다듬고, 하고싶은 일은 실천하는 부담 없는 계획을 세웠던 것 같습니다. 

1년의 절반을 보내는 자리에서 뒤를 돌아봅니다.  
지난 6개월, 아니 왔던 길을 좀 더 멀리 되돌아가 1년 6개월, 2년 6개월간의 내 삶이 어땠는가를 반추합니다. 

인생 후반기에 의미 있고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었고, 그래서 진짜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았습니다. 
꼭 목표를 이루기위해서가 아니고, 그냥 내가 좋아서 책도 많이 읽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일본 기차여행 등 버킷리스트도 실천하고, 거기 필요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난 나만의 비린내를 충분히 풍기며, 나 다운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단호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고, 의협심과 책임감을 다하려다 '오지랖 넓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또 나와 결이 맞지 않음에도 다수의 뜻에 따랐던 일도 많았는데,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라 내 주장만을 고집할 수는 없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양보하는 것이 마음 편하기 때문이었다고 스스로 변명하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과 삶, 나의 삶과 인간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가운데 버킷리스트도 실천하고, 자아완성을 위한 노력도 충분히 해 왔던 만큼,  올해 계획을 잊어버렸거나, 영 딴 길로 간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그 선상에서 다시 2025년 남은 6개월의 계획을 정리합니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이고, 태초로부터 이어지는 영속의 시간을 굳이 하루, 1달, 상하반기, 1년으로 구분놓은 것은. 잘못된 것은 반성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요?   

이 나이에 특별한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이룰 수도 없고, 이룬다고 해서 삶이 특별히 달라질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연초의 그 다짐들이 비현실적인 것이거나, 가치 없는 것도 아니기에 남은 하반기도 그 다짐들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습니다. 
단, 남들이 하자고 해서 마지 못해 했던 것은 (조금) 줄이고, 대신 나만의 시간, 고생한 아내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합니다.     

또, 일과 인관관계에 있어서는 (나라를 구할 것도 아닌데) 조직을 위해, 정의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하려하지 말고, 말과 행동을 (조금) 줄이고, 눈과 귀를 (조금) 닫고, 기억력을 (조금) 상실해 가면서 (뒷방 늙은이는 아닐지라도) 차분히 생각하고 관조하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나만의 비린내를 풍기되 너무 강하여 기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겠고, 매사에 꼿꼿할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불면 잡초처럼 누워 바람을 피해갈 줄도 알아야 삶이 부러지지 않고 바람소리도 줄어 들겠지요.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는데,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할 수도 없습니다. 
고은 시인이 '너는 너의 시를 쓰고 나는 나의 시를 쓰면 된다' 했듯이, '너는 너의 삶을 살고 나는 나의 삶을 살면 되는 것'입니다. 
남에게 구속되어 살거나, 잘 보이기 위해 남을 따라하는 삶은 나의 삶이 아닙니다.   

하지만, 조동화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꽃밭이 되지 않는다'고요. 
나도 꽃피고 너도 꽃필 때 풀밭이 꽃밭이 되고, 한 그루 소나무가 저 혼자 푸르다고 청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푸르고 너도 푸를 때 비로소 청산이 되는 것'이지요. 

나이 들어 꼭 필요한 것이 친구입니다. 친한 친구는 가족이나 일만큼 소중한 삶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때론 내 맘에 안들더러도 양보하며 같이 가야하고, 그럼에도 가끔은 '소비적인 활동보다 생산적인 활동,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함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진짜 친구이고 삶을 부드럽게 하는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올 남은 반년, 그 뒤로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모르는 남은 인생
욕심 부리지 않고, 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게 살아야겠습니다.   
60중반도 넘어 그놈의 외국어가 뭔지 아직도 출퇴근 길, 산책길에서도 매달립니다. 제가 '그놈'이라고 한건 아무리해도 잘 안되기 때문에 '놈'을 붙혔는데, 계속 듣고 말하다 보니 이제 '놈'자를 떼어도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깁니다. 그놈'의 뱃살 역시 마찬가지, 그 '놈'도 떼고 있는 중이고요.

배움과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즐거움
나이가 들수록 젊잖게 익어가고, 지혜로운 결정과 행동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
걱정없고 불안하지 않는 상태인, 여유와 행복
더불어 살면서도, 나의 삶을 지켜나가는 균형의 철학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사람은 배우는 동안 성장하고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저는 죽는 날 까지 늘 배우며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삶을 투명하고, 곱고, 푸르고, 고요하게 만들고,   
살며, 사랑하며, 뚸어 놀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 더 멋있 ...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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