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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가기 전에 ....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5. 4. 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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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온 천지에 봄꽃이다

겨울의 빗장을 풀고, 봄 보다 먼저 꽃을 피운 매화 산수유 뒤를 이어, 이젠 덩치 큰 꽃들도 뭉텅뭉텅 피었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렇듯이, 꽃도 피고나면 지는 법. 
언덕과 울타리를 노랗게 물들이던 개나리는 어느새 초록속에 숨어들고, 
가지 끝 끝에서 나비 떼로 날던 목련은 ‘이루지 못할 사랑’이란 꽃말을 증명하듯, 
하얀 얼굴에 저승꽃을 피우고 스러진다.
목련은 왠지 가련하다.  

반면, 동백의 죽음은 장수처럼 장렬하다.
군복의 짙푸름 속에 애국의 붉은 정렬로 불타고, 죽음앞에서도 결코 움츠리지 않는다.   
구차히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바람에 나부끼지 않고  마침내 참수 당하듯 목이 달아난다.   
아직 부릅 뜬 눈,
동백나무 아래는 늘 붉은 피로 흥건하다.

갈 때 가더라도.... 지금은 벚꽃 세상이다.  
남으로 기운 산허리에, 길 따라, 강둑 따라 ...
벚꽃 한그루 한그루가, 붓의 한 터치 한 터치가 되어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인물 훤하고 풍만한 아낙 같아, 푹 파묻히고 싶은 꽃
바람 불까 비가 올까 가슴 조마한 꽃 

사쿠라 소리를 들어도 좋다
열흘 뿐이면 또 어떠랴
갈 때도 연분홍 꽃비 흩날려주고 미련 없이 떠나는 모습이 오히려 깔끔하고 줏대 있다.   

잠궜던 빗장을 풀고,
삐걱 문을 열고 나서자,
나서야 우연처럼 봄도 만난다. 

가고나면 또 기다려질 봄
봄이 나를 기다릴 때 , 떠나고 난 뒤 후회하기 전
기다리지 말고, 너를 만나러 내가 가야한다. 
꽃향기 실은 봄바람은 맑고 부드럽고 간지럽고.
햇살에 몸을 헐겁게 한 대지는 생명의 산도를 열고 있다. 
포삭한 대지, 포삭한 마음 ....
농부는 땅을 뒤집고, 초록은 꽃 진 자리에도 대지에도 촘촘히 번진다.

이 봄,
난 환한 벚꽃아래 주소없는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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