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엔 교통체증으로 보통 지하철을 탄다.
운전하느라 스트레스 안 받고, 피곤하면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어 좋다.
월급쟁이는 주말에 좀 쉬어야 하는데 이래저래 밀린 숙제들을 하다보면 오히려 주말이 더 바쁘다.
돈은 돈대로 들고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그렇다고 핑계되고 피할 수도 없는 것이 세상살이다.
게다가 오후에 마신 커피 때문에 잠이라도 설치게 되면 월요일 아침의 몸은 천근만근이다.
출근길, 오늘도 역시 피곤하다.
지친 육신을 지하철에 태우고 눈을 감았지만,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맨다.
노후생각, 짐이 된 땅 뙈기, 피해를 입히고도 양심의 가책마저 느끼지 않는 인간들....
사실 큰 걱정거리도 아니고,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 포기하거나, 잊어버리기로 했던 그런 찌꺼기들이 문득문득 생각속으로 헤집고 들어온다.
해탈했다 싶은데 마음을 비운다는 것, 내려놓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가 보다.
“에이 공부나 하자”
지하철 출퇴근 2시간은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튜브가 없을 땐 지하철 무가지를 보거나, 외국어 책을 4등분으로 분철하여 들고 다녔는데, 요즘은 유튜브가 있어 학원에 갈 필요도, 책을 살 필요도 없다.
누가 만들었는지 기가 막히고, 덕분에 세계 사람이 다 똑똑해지고 혼자서도 잘 놀게 되었다.
나 역시 책도 좋아하지만, 유튜브와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뉴스는 소음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 몰라도 그만이지만, 외국어공부는 해외여행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매일 루틴처럼 한다.
나의 외국어는 지하철 영어, 일어, 중국어고, 지금은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익히는 여행용 외국어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빨리 마스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외국어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런 행동들이 자기계발, 자기만족이긴 하겠지만, 어쩌면 생존 본능에 따라 반사적, 반복적 행동을 하게 되는 '학습효과' 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스스로 성장해 가는 느낌이 들 때면 자부심도 느낀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보니 게임, 만화, 음악, 드라마, 쇼츠, 정치 평론을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60 중반이 넘어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마음 편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
Do as you please / Do as you feel / Do as you like.
어떤 일을 하든, 마음 가는대로, 기분대로, 좋을대로 ... 하라는 것이다.
이 말이 제 멋대로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 마음이 원하는 그것을 하라는 것이다.
결혼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잔주름 늘면 작게 웃으면 되고~....생각대로 하면 되고~
휴대폰 광고에 나와 유행한 노래인데 왜 오늘에사 그 의미가 내 가슴에 다가왔을까?
그래, Do as I feel.
나도 내 생각대로 내 느낌대로 한번 살아보자
출근하니 철골소심(鐵骨素心) 난(蘭) 이 활짝 피었다.
축하선물로 받은 것인데 6개 꽃 몽우리 중 5개가 만개한 것이다.
한참을 바라본다.
늠름한 자태가, 맑은 난 향이 느껴진다.
저 철골소심(鐵骨素心)은 고고한 자태와 기품과 여유가 있는데....
나는 나의 직급과 나이에 맞는 기품과 중후함을 풍기고 있는 것일까?
남들의 눈치를 안 볼수야 없지만,
그렇다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페르소나를 쓸 필요는 없다
나이는 들었어도, 내 느낌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것이 나답게, 나로 사는것이 아닐까?
-나 유초생각-
편지 속 시조(時調) (0) | 2025.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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