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긋이 거울을 보니
인생의 시간도 많이 흐르고, 삶의 골도 깊어진 것 같습니다.
꿈을 꾸고, 욕심도 부리며 달려왔기에 많은 것을 이루었고,
그 시간의 띠 위에서 좋은 인연들도 만났습니다.
힘들었지만,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만하면 잘 살있고.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젠 채울 때가 아니라, 버리고 내려놓을 때입니다.
목표에, 관계에, 사람에 구속받을 때가 아니라, 자유 할 때입니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해야 할 때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만의 속도로, 나답게 살아야할 때입니다.
그래도 살다보면 그리운 사람들이 있지요.
햇살이 좋으면 햇살이 좋아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또 문득 생각나는 얼굴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지요
오솔길 하얀 아카시아 꽃을 보다 문득 그대 생각이 났습니다
그대가 떠난 건지, 내가 보낸 건지도 모르고
그리움도 오래 묵혀두면 솔 맑은 향기로 다가온다지만
벌어진 시간의 틈새로 망각의 이끼가 낄까 두렵습니다.
사랑도 미움도 아쉬움도 그저 빙긋이 웃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하얀 울타리에 빨간 줄장미 피는 오월
어딘가에 있을 그리움이 붉은 반점이 되어 피어나면
하얘서, 향기가 은은해서, 아카시아를 닮은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대
떠난 그 자리에
오월의 장미로
아카시아 향기로
못 이긴 척 미소지으며 오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