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카락은 직모, 말총머리다.
이런 머리는 장발을 하면 샴푸 광고할 때 처럼 머리결이 찰랑찰랑 흔들리는 것이 보기 좋은데, 머리를 짧게 깎으면 옆머리가 삐죽삐죽 서서 늘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나이가 드니 머리카락도 좀 부드러워진것 같고, 젤을 바르고 드라이를 해두면 그레이가 더 빛이나 중후한 멋도 있긴 하다.
그런탓에 나는, 허름하지만 내 머리카락 성질을 잘 아는 이발소에 30년 넘게 머리를 맡기고 있다.
이런 직모 머리를 깔끔하게 유지하려면 3주에 한번 정도 이발하는 것이 좋은데, 어쩌다 3주를 넘기면 그때부터 머리도 마음도 터벅해진다. 다음 토요일까지 기다리는 일주일은 어느 한주 보다 길다.
어쩌다 ... 이번엔 4주 만에 이발을 했다.
네 다섯명이 대기하고 있으면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데 오늘은 두사람 밖에 없어 'good'이다.
그게 머시라꼬.... 이발 후 머리가 잘 나와서 기분 좋고, 단정해지니 왠지 자신감도 생긴다.
'하루가 즐거우려면 이발을 하고, 일주일이 즐거우려면 결혼을 하고, 1년이 즐거우려면 집을 사고, 평생 행복하려면 정직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발 만큼은 맞는 말인 것 같다.
12,000원, 겨우 커피 두잔 값에 이렇게 행복하고 자신감이 생긴다면 이발비를 아끼는 것이 오히려 손해다.


아내가 점심을 준비하려는데, '오늘은 드라이브 겸 다슬기국 먹으러 가자’ 했더니 ‘좋다’고 한다.
내 고향은 자갈 많은 금호강변이라 어릴 적 강가에서 고디(다슬기)를 많이 잡았다.
별로 먹을 것이 없었던 당시 자갈 많은 강에 나가면 고디 한되 쯤은 두어시간이면 잡았다.
씨알 굵은 살진 고디를 푹 삶아서 꽁지를 이빨로 물어 뜯은 후 쪽 빨면 알갱이가 입안에 쏙 떨어졌고, 작지만 쫄깃하고 담백하게 씹히던 식감은 지금도 느껴진다.
고디국은 또 어떤가?
탱자나무 가시로 고디알을 빼서 파를 듬뿍 썰어 넣고 끓인 고디국은 개운하고 영양가 높은 내 고향의 맛이었다.
어릴적 추억, 입맛이 들어서 인지 고디국은 지금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밀양 상동역 앞에는 다슬기국 전문집이 여럿 있다.
상동은 청도에서 내려오는 청도천과 운문댐쪽에서 내려오는 동창천이 합류하여 밀양강으로 흐르는 지점이라, 3개 하천 모두에서 다슬기가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그 중 ‘원조 다슬기국 진아식당’이 국도 진하고 밑반찬도 정갈해서 좋다. 운좋은 날은 다슬기끓인 물을 보리차처럼 제공받기도 한다.
다슬기국은 개운해서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우리 부부 모두 양이 적어 집밥 한 그릇이면 둘이서 먹고도 남는데, 이곳 다슬기집에 오면 밥도 한 그릇 뚝딱, 제법 많은 다슬기국도, 밑반찬도 발우공양 하듯 싹 비워버린다.
다슬기국 한 그릇에 만원이고, 식사 후엔 매번 별도로 포장도 해 오는데 3인분에 13,000원이니 이게 바로 1만원의 행복이다.
길가 허름한 슬레이트집을 식당으로 개조한 이 집은 원래 할머니가 운영하다 돌아가시고 난 후 지금은 아들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이발을 해서 개운하고, 100리를 넘게 달려 개운한 다슬기 국도 먹었다.
게다가 늘 수고하는 아내에게도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바로 옆 유천 문화마을도 둘러보며 커피까지 한잔했으니, 남편으로서 숙제를 다한 것 같아 또 개운하다.
1만원으로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이발 만원, 고디국 만원, 커피두잔 5,000원.
오늘은 만원으로 개운함을 느끼고 만원으로 꽉찬 행복을 느낀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