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둘째 주 주일 교회 대표기도문을 준비하면서 봄이 곧 올 거라고 써두었는데
뒤늦게 한파가 몰아치는 바람에 부득이 내용을 수정해야할 판이 되었다.
나는 신앙심이 깊지 않고, 거룩한 구속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자유함이 좋아 대표기도도 가볍게 한다.
어쩌면 신앙생활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 척 하는 것이 낯 간지럽기도 하고, 한편 기도도 사실적 기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미리 써둔 기도문에다 입춘이 지났음에도 아직 춥다라는 짧은 한 줄을 더하고,
그럼에도 달포 쯤 지나면 봄이 다가 올 것이라고,
햇살이 따스해지면 대지의 긴장이 풀리고, 포삭해진 땅은 싹을 틔우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그것이 주님께서 주관하시는 창조의 질서라고,
그땐 우리 마음속 겨자씨만한 믿음도 싹이 트고 말씀으로 자라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물론 거룩하고 묵직한 기도도 좋지만, 이런 수필같이 가벼운 기도도 가끔은 필요하다.
다윗의 기도는 전부 시고 노래이지 않은가.
어쨌든, 누가 뭐라 하든, 나는 이런 투로 기도한다.
대장장이가 쇠를 달구고, 모루위에 두드리고, 담금질하여 물질의 모양과 성질을 바꾸어가듯, 우리도 그렇게 자신을 변화시켜 가자고,
채 거름으로 굵은 입자를 걸러내듯, 나에게 몇 남지않은 마지막 순수를 걸러낼 수 있게 해 달라고...
봄부터 흘린 땀과 수고의 결실들이 오곡백과의 속살을 채우고, 파란 하늘, 맑은 바람, 투명한 햇살 아래 단단함을 더해가듯, 가을엔 우리도 단단히 익어가게 해달라고.....
욕심은 줄고, 생각과 기도가 깊어지게 해 달라고,
멋있는 사람보다는 편안한 사람이 되고,
높은 산 보다는 오름직한 낮은 동산, 울타리가 없는 들판이 되게 해 달라고...
배는 난파되고 밤은 깊어 갈 곳을 모를 때는 소쿠라테스는 가만히 하늘의 별을 바라보라고 했는데, 우리는 삶이 힘들때 잠잠히 주님을 바라보게 해 달라고,
그리고 우리의 갈 길과 살길을 열어 달라고.... 말이다.
이런 기도가 성경적으로 맞는지 안 맞는지는 모르겠다알고 싶지도, 따지고 싶지도 않다.
눈에 보이는 것,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도 자주 우리를 배신한다.
한편,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의 중력처럼 분명히 존재하고 작용하는 것도 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살아온 길을 되돌아 보니,
그리고 지금 나와 가족에게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을 볼 때 그런 것을 더 느끼게 된다.
강권하지 않아도
감사함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되는 것.
그래서 불러지는 콧노래
내 기도는 그런 마음을 가볍게 노래하는 한편의 시. 수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