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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당신 근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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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초선생 2024. 7. 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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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
나는 요새 당근 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워낙 아날로그라서 ‘당근’이니 이런 것도 몰랐는데 70도 훨씬 넘은 지인이 '당근'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스크린골프 모임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해보라며 내 휴대폰에 바로 '당근'을 깔아준다. 
“당근”은 ... ‘당신 근처’ 라는 뜻이란다. 

들어가 보니 신기한 것이 많다. 
생각지도 못한 여러가지 물건들을 집 근처에서 싸게 팔고 있고, 괜찮고 비쌀것 같은  물건임에도 공짜로 주는 ‘나눔’까지 한다. 

우선은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생경한 물건들도 있고,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들도 나와 있다.
시험 삼아 골프채 웨지를 당근 해봤다.(구입한는 이야기다) 
골프채를 바꾸면서 새로 산 골프채에는 A웨지가 빠져 있어 골프 샵에서 22만원 주고 신품을 구입했는데 매번 거리가 짧아 알고보니 각도가 너무 큰 것을 구입했던 모양이었다.  (골프를 20년 넘게 쳤음에도 ㅎㅎ 난 이렇게 대충 산다)
그래서 당근에 들어가보니 원하는 각도의 웨지가 5만원에 나와 있었다. 

판매자와 약속을 정하고 아파트 정문 앞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인수 받았는데 와우~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상품이란다. 
"웬 횡재? ... " 그리고 필드에서도 잘 맞는다
이후 난 당근 애호자가 되었다. 
180m거리에 맞는 우드도 3만원에 구입하고, 거리측정기도 12만원, 동영상 촬영기 오즈모2도 25만원에 구입했다. 
중고이긴 하지만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고, 성능도 좋아 만족하고 있다. 

물론 실패한 적도 있다. 
맨 처음 당근을 하면서 지금 캐디백 지퍼가 고장 나서 당근에서 급히 구입했다. 
‘사용감 있음’이라고 했는데 난 이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나중에 집에와서 보니까 가죽이 벗겨져 있는 등 상태가 나빠 그대로 버린 적도 있었다. 
반품도 안되고, 밤이라 확인 안한 것도 내 잘못이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난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신기한 물건을 보면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러나 충동구매를 하면 나중엔 이것들이 다 쓸모없는 짐이 된다는 걸 알기에 자제를 해야하는 고통도 있다. ㅎㅎ  

요즘은 당근에서 책 위주로 본다. 
책을 좋아하고 또 선물도 가끔 하는데 서점에서 사면 책값도 사실 만만치가 않다.  
아내는 오래된 책은 자꾸 버리려 하고, 나는 다른 것은 버려도 책만은 못버리게 한다. (물론 오래된 전공서적은 버린다)
그 책들 속에 그은 밑줄이 나의 자산이고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실장, 안방,  아이들 방, 사무실 책장, 책상 위에도 온통 책이다.   

당근에 나온 책들을 보면 그 사람의 독서 성향이 보인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내 놓은 책들은 거의 추리물 책들이고,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돈버는 법, 주식 등의 책을 내 놓는다. 한권씩 내 놓기도 하고 여러권을 한꺼번에 내 놓기도 한다. 
인문, 철학, 종교, 과학, 문학, 자기개발서 등 그 종류도 장르도 다양하고 가격도 싸다.

"5권에 5,000원”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경청,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제목을 보니 독서성향이 나와 비슷한것 같다.   
인근 지역이라 시간도 맞지 않고 꼭 읽고 싶은 마음에 먼저 돈을 입금하고 책은 아파트 경비실에서 찾았다. 
부자된 기분이다. 읽고 싶은 책을 샀고, 가격도 싸니 말이다. 
당분 간 읽을 책을 확보했으니 마음까지 든든하다. 
물론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수도 있지만 시간을 내야하고, 한편 남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책을 읽는데 헌책이면 어떻고 새 책이면 어떤가? 내용이 중요한 거지....
나눔을 통해서 책을 받고, 읽고 난 후 다시 나누는 사람도 있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다. 
당근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돈을 떠나서 새로운, 전혀 알지도 못했던 물건들을 본다는게 나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낯선 곳을 여행하듯 이 지역 저 지역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이것까지 당근에 내놓나 하는 황당한 물건, 오래된 골동품, 미국에서 비싸게 샀던 카우보이 모자도 있고 ... ㅎㅎ

난 당근에서 물건을 사기는 했지만 팔지는 못한다. 
얼마 전 새 가전제품으로 전부 바꾸면서 기존의 냉장고, 세탁기, tv, 김치냉장고 등은 ‘폐가전 회수’팀에 의뢰해 버렸고, 가구는 재활용센타에 돈을 주고 버렸다.     
누가 당근에 내 놓으면 된다 했지만, 아내는 "괜히 남에게 욕먹는다" 하면서 그냥 버렸다. 

"쓸 만한 것을 버리는 것은 낭비다. 
때론 쓰레기 속에서 진짜 보물을 찾을 수도 있다. 
당근..!"
좋지만, 이 소리는 무음으로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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