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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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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초선생 2024. 7. 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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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과거 바쁜 시절 나의 실화입니다)

(건망증 하나)
사는 게 왜이리 바쁜지 ..

산사태가 이런 것일까?
산이 떨어진다 하더니, 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흙더미를 허우적거리며 치워도 끝없이 밀려 내려오는 것처럼, 회사 일도, 생각도 끝이 없다

이제 한계도 느낄 만 할 텐데 대충 대충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에 내 스스로 시지프스의 삶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입에서 단내가 나고, 커피한잔이 먹고 싶다

“희정씨 커피 한 잔 주실래요?” 
공용프린터로 날린 문서를 가지러 갔다 오니 커피한잔이 놓여있다. 
“아니 누가 이 커피 갔다 놨지?”

어쨌든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니 기분 좋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근데 누가 갔다 놨지?”
“희정씨가 갖다 놓는 것 같던데요”
“희정씨가 여기 커피 갔다 놨어요?”
“예”
“왜 갔다 놨어요”
“조금 전에 커피 한 잔 달라고 하셨잖아요”
참 환장하겠다. 그것이 조금도 기억나지 않으니 말이다. 

(건망증 둘)
퇴근시간이다. 집에 가려니 차 키가 없다. 
책상키와 자동차 리모콘키가 함께 달려 있어 안보일 리가 없는데 책상 구석구석, 양복, 가방을 뒤져도 없다. 
분명 어딘가 있을 텐데 바로 옆에 두고도 못 찾는 경우가 있긴 하다. 

“아이고 모르겠다. 내일이면 어디서 나오겠지 뭐”
주차장에 맡겨둔 예비키로 가기로 하고 주차실에 전화를 한다. 
“제 차 좀 내려주세요”
피곤에 지친 몸으로 주차장에 내려가니 차에 키가 꽂혀있다. 
“내 차키가 왜 여기에 있지?, 아까 외근 갔다 오면서 차키를 가지고 올라왔는데?...
”경비 아저씨, 제 차키 차에 꽂혀 있었습니까?
“예, 타워파킹에서 차를 내리니까 시동이 걸린 채로 파킹에 올라가 있던데요”

진짜 할 말이 없다. 
노망이 오는 건지, 건망증인지, 너무 바쁜 건지 ...
만약 오늘 다른 약속이 있어 차를 가지고 귀가하지 않았더라면 연연가 소진될때까지 밤새 타워파킹 안에 올려진채 시동이 걸려있었을 테고, 과열되면 화재라도 나면 타워파킹속 모든 차를 태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하늘이 노랗다. 

(건망증 셋)
오늘은 금요일, 불금이다. 
밖에는 비가 제법 온다.
"이런 날은 차를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 투덜대며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다음날, 토요일 아침 
시골처가에 가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보따리 보따리를 들고 주차장으로 간다.
그런데 차가 보이지 않는다.  
지상, 지하1층, 지하2층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아무리 리모컨을 눌러도 삑!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분명 어디 있을 텐데 ...옆 동 주차장에 주차했나?”
이곳 역시 내차는 보이지 않는다. 

회사 주차실에 전화를 한다. 
“혹시 제 차 회사 주차장에 있나요?
”예, 여기 있습니다“
미치고 환장하겠다. 어제 퇴근하면서 비도 오고 이런날은 차를 가지고 왔으면 좋을텐데 하면서도 그것이 기억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회사가 시골 처가 가는 방향도 아니고, 반대방향인 회사까지 1시간을 와서 다시 차를 가지고 돌아갔다. 
이건 진짜 중증이다. 

머시그리 생각이 많고, 머시 그리 바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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