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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만남, 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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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초선생 2024. 7. 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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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이별을 한다.
휴대폰 속의 나를 찾지 않는 번호들
시절을 따라 맺었던 관계, 인연, 미련, 상처,
사람에 속아 당한 포기하기엔 너무 큰 돈들도 ...

매일,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살짝
지우고, 멀어지고, 떠나보내고, 잊는다.
소리없이, 계절이 가듯 이전의 것들이 조용히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참 이상한 건
한때는 그토록 가슴아팠던 이별이란 것들이 이젠 잊혀진다는 것이다. 
이별해도 아프지 않고....잊으니 오히려 편해진다.
나이 탓일까?
오고가는 것도 때가 있듯, 다 시절인연이어서 일까?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기대어 살아야 하는데
왜 굳이 떠나려 하는 걸까?
지금까지는 내가 먼저 떠나보내지 않았지만, 이젠 내가 먼저 조용히 떠날 수 도 있다는 생각. 
떠나갔고, 떠나가는 것을 잡으려 하는것은 미련이고 집착이다.

원래 내 것이란건 없다.
돈, 명예, 권력, 사랑도 시절인연이 되어 잠시 내게 머물렀던 것일 뿐이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진다. 회자정리(會者定離)다. 
잡고 있으면 무겁고, 내려놓으면 가볍다.
거자필반(去者必返)으로 다시 돌아오면 그때 또 만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젠 만나고 이별을 해도, 시작과 마지막을 위한 의식도 다짐도 하지 않는다.      

보내고 난 뒤에 오는 것들 ....  
이제 또 다른 것들을 만난다.
나를 만나고...
책을, 철학을, 세상을 만나고...  
다른 어떤 기다림을 만난다. 
잊힐 것, 잊힌 것이 아니라 새로운것, 여행. 자유...

그리고 부유( 浮遊)하던 마음, 생각, 말, 글도 재운다. 
소용돌이가 멈추고,
떠돌던 앙금들이 차분히 자신의 무게로 가라앉듯...

오래 묵고 곰삭아
마침내 내 속에서
맑은 소리와 숙성된 깊은 맛과 향이 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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